한미FTA로 사문화된 혁신신약 약가제도…또다시 반발하는 다국적제약사들

입력 2019-01-04 17:08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가 사실상 사라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문제제기로 국내 제약사 우대 조항이 대부분 삭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던 다국적제약사들은 새 기준이 시행되면 우대받을 수 있는 제약사가 없다며 또다시 반발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정안을 원안 그대로 확정했다"며 "제도 사문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밝혔다. KRPIA는 국내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의 단체다.

이들은 "개정안에서 내세운 다섯 가지 혁신신약의 요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신약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서도 글로벌 신약에 대한 가치인정을 외면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자세"라고 했다.

문제가 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는 2016년 7월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이전에는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면 대체 약제의 최고 가격보다 10%까지 약값을 높여 받을 수 있었다. 대체할 약제가 없는 약은 외국의 비슷한 약과 약값을 비교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약사는 혁신형 제약사나 국내에서 의약품 전 공정을 생산하는 제약사 등이어서 국내 제약사들에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 같은 국산 신약 우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초 미국 정부는 FTA 재협상을 통해 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심 끝에 지난해 11월 최종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 확정된 개정안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국내에서 전공정을 생산하고 국내 기업과 외국계 제약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사라졌다. 대신 세계보건기구(WHO)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을 수입·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기업이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새로운 기전이나 물질이어야 하고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이 없을 때만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생존기간을 상당기간 연장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획기적의약품지정(BTD)을 받거나 유럽 의약품청(EMA)의 신속심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만 해당된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지적대로 수혜 대상 의약품은 이들 다섯개의 세계적 기준에 맞추도록 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또다시 반발했다. "다섯개 요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신약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를 없애라고 요구한 게 다국적제약사들"이라며 "새 제도에 다국적제약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원 조항을 만들라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